삶이 녹녹치 않음을
어쩌다 날개 잃은 너의 모습
거미줄에 매달려 이슬이 위로라도 하는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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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/나희덕
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
아름다웠던 한마디
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
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
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이데
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
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
사라짐으로 하여
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
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
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
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
삶을 꿰메는 마지막 한땀처럼
낙엽이 진다
낙엽이 내 젖은 신방 창에 따라와
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
- 我嚥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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