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을비/도종환
이제 우리가 함께 사랑했던
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
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
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
잎들이 지고 있습니다
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
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
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
바람이 부는 동안
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
헤어져 그리워하며
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
반성의 시간을 가진다
넘치면 안 됨을
지나치게 다녔던 23년 가을
몸이 힘들었지만 기분은 업되어
길 위에 나섰던 시간들
추억이 되어 좋긴 했지만
결과는 이상 반응으로 내게 다가온 시간
과유불급(過猶不及)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다
자중하라는 무언의 지시
따를 수 밖에 도리 없음을
- 我嚥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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